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미국 학부모들은 백투스쿨(back to school) 준비로 바빠진다. 한국에서 온 부모라면 "미국은 학교에서 다 주는 거 아니야?" 싶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집에서 준비해서 사야 할 게 많다. 나도 매년 겪으면서 정리한 쇼핑 리스트를 적어둔다. 특히 초·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준비물이 꽤 다르다.
다만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준비물은 학교마다, 학년마다, 심지어 해마다 다르다. 예전엔 있던 게 지금은 없어지기도 하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아래 리스트는 "정답"이 아니라 큰 틀에서 참고하는 용도로 보면 된다. 실제로는 학교에서 주는 준비물 안내를 꼭 확인해야 한다.
어디서 사나 — 아마존 vs 타겟
우리는 보통 학용품을 아마존으로 주문하거나, 타겟(Target) 같은 대형 마트에 직접 가서 산다. 백투스쿨 시즌이 되면 타겟이나 월마트 매장 앞쪽에 학용품 코너가 크게 개설되는데, 거기서 한 번에 사면 편하다. 아마존은 집에서 편하게 주문하고 대량으로 사기 좋고, 매장은 직접 보고 고를 수 있어서 각각 장점이 있다.
한 가지 팁은, 7월 중순부터 8월 초가 세일 성수기라는 거다. 이 시기에 연필·공책·폴더 같은 기본 소모품을 대량으로 사두면 제일 싸다. 미리 사두면 다음 학년까지 쓸 수 있다.
학년 상관없이 기본으로 사는 것
어느 학년이든 공통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백팩(가방)
도시락통(lunch box)과 물통(water bottle)
연필(#2 연필), 지우개, 연필깎이
공책(notebook), 폴더
가위, 풀(glue stick)
필통(pencil case)
물통은 학교에서 하루 종일 쓰니 튼튼한 걸로, 도시락통도 매일 쓰는 거라 좀 좋은 걸 사는 게 낫다.
백팩은 우리 집 기준으로 거의 매년 새로 산다. 남학생이라 그런지 1년도 안 됐는데 상태를 보면 "이게 정말 1년도 안 된 게 맞나?" 싶을 만큼 심하게 망가지거나 버려야 할 수준이 된다. 그래서 세일할 때 미리 사두는 편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이미 정해져 있으면, 그 브랜드가 세일할 때 미리 사놓는 게 제일 이득이다. 백팩은 매일 메고 다니는 거라 싼 것보다 튼튼한 브랜드가 결국 낫다.
초등학생 (Elementary)
초등학생은 소모품과 미술용품 위주다. 아이들이 험하게 쓰니 많이 닳고, 중간에 다시 사야 하는 것도 많다.
크레용(24색 정도), 색연필, 워셔블 마커
큰 분홍 지우개 (생각보다 빨리 닳는다)
풀 스틱, 안전가위
티슈, 물티슈 (교실 공용으로 기부하듯 내는 경우가 있음)
참고로 이 교실 공용 물품(티슈·물티슈 등)은 학교와 학년에 따라 다르다. 우리 아이 경우 초등학교 때는 반에서 함께 쓸 물티슈나 티슈를 기부하듯 가져오라고 했고, 중학교 때도 잠깐 그런 게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학년이 올라가서 없어진 건지, 아니면 학교 방침이 바뀐 건지는 모르겠다. 물론 아직 그렇게 하는 학교도 있을 거다. 그러니 이런 건 학교에서 주는 안내를 보고 챙기면 된다.
초등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대략 $75~120 선이면 갖춰진다.
중학생 (Middle School)
중학생부터는 교실을 옮겨 다니며 여러 과목을 들어서, 정리 도구가 중요해진다. "쓰는 법"을 배우던 데서 "정리하는 법"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튼튼한 3링 바인더 + 과목별 디바이더(칸막이)
형광펜 여러 색 (필기·복습용)
기본 공학용 계산기 (TI-30X 정도면 충분)
플래너/다이어리 (과목별 숙제·시험 일정 관리)
포스트잇, 바인더에 끼우는 필통
필기구 얘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아이가 크면서 취향이 생긴다. 우리 아이는 어릴 땐 연필만 쓰다가 어느 순간부터 샤프(샤프펜슬)를 더 좋아하게 됐다. 그것도 0.7mm처럼 심이 굵은 샤프를 선호한다. 왜 그게 더 좋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마 연필 느낌이 나서 그런 것 같다. 이런 건 미리 아이 취향을 알아두면, 안 쓰는 필기구를 잔뜩 사서 버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아이랑 같이 고르거나,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사는 게 낫다.
고등학생 (High School)
고등학생은 더 고급 과목과 시험(SAT·ACT 등)을 준비해서, 테크 제품과 개인 정리 시스템이 더해진다.
그래핑 계산기 (TI-84 Plus CE) — 이게 제일 중요하다. 8~9학년 수학부터 필요하고, SAT·ACT·AP 시험에서도 쓸 수 있는 표준이다. 싸구려 노브랜드 그래핑 계산기는 시험에서 못 쓰게 하는 경우가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학년이 올라가면 공학용 계산기나 그래핑 계산기가 반드시 필요해지는데, 이걸 급하게 사려고 하면 개학 즈음엔 품절되거나 찾기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미리 사두는 게 좋다. 그리고 계산기는 결국 아이가 매일 쓰는 거라, 본인이 쓰기 편한 걸로 고르게 하는 게 낫다. 쓰는 사람이 편한 게 제일 중요하니까.
헤드폰/이어폰 (교육용 소프트웨어 쓸 때 필요한 학교 많음)
USB 드라이브 또는 클라우드(구글 드라이브) — 과제 저장용
노트북/크롬북 — 단, 학교에서 지급하는 경우가 많으니 사기 전에 꼭 확인(Irvine, Tustin은 학교 지원)
플래너, 바인더, 형광펜 등 중학생 리스트 + 개인 정리 도구
고등학생은 계산기·테크가 더해져서 비용이 올라가는데, 대략 $150~250 선이다.
꼭 알아두면 좋은 절약 팁
다 사지 말고 개학 첫 주까지 기다리기 — 특히 중·고등은 선생님이 개학 첫날 과목별 준비물 리스트를 따로 주는 경우가 많다. 미리 일반 리스트대로 다 사면 안 쓰는 게 생겨서 돈 낭비다. 기본 소모품만 먼저 사고, 과목별 특수 준비물은 리스트 받고 사는 게 좋다.
계산기는 중고로 — TI-84 같은 그래핑 계산기는 비싼데, 이베이·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중고로 40~60% 싸게 살 수 있다. 상태 좋은 중고면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쓴다.
집부터 뒤지기 — 사기 전에 작년 가방, 서랍을 확인하자. 반쯤 쓴 공책, 멀쩡한 바인더는 그대로 쓰면 된다.
학교에 확인 — 크롬북이나 계산기를 학교가 주는지 미리 확인하면 큰돈을 아낀다.
정리하면
기본: 백팩, 도시락통, 물통, 연필, 공책, 폴더, 가위, 풀 (전 학년 공통)
초등: 크레용·마커·색연필 등 미술용품 + 소모품 위주 ($75~120)
중등: 바인더·디바이더·형광펜·플래너 + 기본 계산기(TI-30X)
고등: 그래핑 계산기(TI-84)·헤드폰·USB + 중등 리스트 ($150~250)
구매처: 아마존(대량·편리), 타겟·월마트(직접 고르기), 7월 중순~8월 초 세일
절약: 개학 첫 주까지 기다리기, 계산기 중고, 집부터 확인, 학교 지급 여부 확인
미국 백투스쿨은 한 번에 다 사려고 하면 돈도 많이 들고 안 쓰는 것도 생긴다. 기본만 먼저 챙기고, 학년별로 필요한 걸 더하고, 개학하고 리스트 받은 뒤 나머지를 사는 게 제일 알뜰하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와 내 경험을 정리한 것이다. 학교·학군·학년·선생님에 따라 실제 필요한 준비물은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자녀 학교에서 주는 준비물 리스트를 먼저 확인하고 구매하길 권한다. 가격도 시기에 따라 바뀔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