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중 하나는 렌트 가격이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오렌지카운티에서 렌트 매물을 찾아보니 의외의 상황을 발견했다.
비슷한 지역 기준으로 보면 하우스 렌트가 아파트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계산했다.
"이 정도 가격 차이면 당연히 하우스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실제로 집을 구해보니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택하는 이유는 렌트비 때문이 아니라 입주 조건 때문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신용 기록도 부족했고 미국 렌트 이력도 없었다.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기준이 명확했다. 일정 수준의 소득 증빙과 디파짓을 제출하면 입주가 가능했다.
반면 하우스 렌트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집주인이나 관리회사는 보통 월 렌트비의 3배 이상 소득을 요구했고, 높은 크레딧 점수도 중요하게 평가했다.
특히 오렌지카운티나 얼바인 지역은 경쟁도 심했다.
같은 집에 여러 명이 지원하는 경우도 많고, 집주인 입장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세입자를 선택하려고 한다.
이번에 집을 알아보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많은 집주인들이 보수적으로 세입자를 선별한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캘리포니아는 테넌트 보호가 강한 주로 알려져 있다.
세입자가 월세를 연체한다고 해서 집주인이 바로 내보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법적 절차도 길고 비용도 발생한다.
결국 집주인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최대한 안정적인 세입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렌트비 자체는 하우스가 더 저렴해 보여도 실제 입주 허들은 아파트보다 훨씬 높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생활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관리가 편하다는 점이다.
에어컨이 고장 나거나 수도 문제가 생기면 Maintenance 요청만 하면 된다.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고 비교적 빠르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Irvine Company 아파트에 살면서 유지보수와 관련해 큰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생활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손쉽게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은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 렌트비를 내고 있다면 하우스도 가능하지 않을까?"
실제로 얼바인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아파트 렌트비와 비슷한 가격의 하우스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넓은 백야드와 독립된 생활 공간은 아파트가 제공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위층이나 아래층의 소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무엇보다 집 전체를 가족만 사용하는 만족감이 있다.
이번 이사를 준비하면서 결국 하우스 렌트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에서는 신경 쓰지 않았던 일들이 생길 것이다.
쓰레기 배출부터 정원 관리, 각종 유틸리티 비용 관리까지 직접 챙겨야 할 부분들이 늘어난다.
수리가 필요할 때도 아파트처럼 간단하게 Maintenance 요청 버튼 하나로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생각보다 불편한 점도 많이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도 크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아파트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신용 기록도 없었고 렌트 이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미국 생활을 하면서 신용도 쌓였고 렌트 이력도 생겼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
아파트와 하우스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관리가 편한 아파트가 최고의 선택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넓은 공간과 독립성을 가진 하우스가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
다만 직접 경험해 보니 한 가지는 확실했다.
미국에서 집을 선택할 때는 단순히 렌트비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입주 조건, 생활 방식, 관리의 편리함, 그리고 가족이 원하는 생활 환경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가족은 새로운 온도의 공간을 경험해 보려고 한다.

